10시간 가까운 수술을 마친 뒤, 저는 회복실에서 눈을 떴어요.
눈을 뜨자마자 상상도 못 할 고통이 밀려왔고 견딜 수 없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 순간 너무나도 가족이 보고 싶었고 특히 엄마가 간절히 생각나 "엄마"를 연신 부르며 외쳤어요.
병실로 옮겨지고 부모님을 보자 북받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어 오열했고 엄마 역시 저를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진정될 수 있었고 물을 조금 마실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목이 마른 상태에서도 물을 마시면 곧바로 토해내기를 반복했죠.
아침까지 계속해서 마시고 토하고를 반복하는 힘든 시간이 이어졌어요.
회진 시간에 의사 선생님이 제 상태를 확인하셨고 수술은 잘 되었지만 무릎부터 발끝까지
신경이 눌려 감각을 잃은 상태라고 하셨어요.
여러 검사를 했지만 감각은 아주 서서히 돌아올 거라는 설명을 들었어요.
일주일이 지나면서 무릎 굽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기계를 이용해 무릎을 구부리는 훈련을 했어요.
굽히는 각도가 좁을수록 걸을 때 좋다는 말에 매일 최선을 다해 운동에 했어요.
한 달쯤 뒤, 드디어 퇴원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연년생 여동생은 오랜만에 만난 저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고 매달 3주 동안 병원에 있다가
1주일 집에 오는 생활이 4번이나 반복되자 동생은 외롭고 무서웠다고 했어요.
부모님도 지친 간병 생활로 인해 가족 모두가 웃음을 잃어갔어요.
그러던 중, 다시 네 번째 항암치료가 시작되었고, 큰 수술로 몸은 이미 많이 약해진 상태였어요.
잦은 코피와 고열로 고생하며 항생제 링거를 4~5개씩 계속 맞고 수혈도 여러 번 받아야 했어요.
그때 병원비도 이전보다 2배 이상 나왔죠.
다섯 번째 항암치료를 앞두고는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38kg밖에 되지 않았어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해 의료진은 폐로 연결되는 관을 목이나 배에 삽입하자고 했지만
저는 끝까지 거절했고 대신 영양가루와 오거트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타협했어요.
여섯 번째 항암치료가 다가오자 힘든 병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던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힘들게 버텨내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견뎠어요.
하지만 여전히 음식은 거의 못 먹었고 회복 속도도 느렸어요.
마지막 치료인데도 회복이 더뎌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고
비슷한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 중에서도 제가 가장 늦게 퇴원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길고 길었던 병원 생활이 끝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여전히 불편함은 있었지만 병원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병원에 머무는 동안 잊지 못할 기억들도 많이 남아요.
인공관절 수술 후 염증으로 돌아가신 아저씨,
같은 병을 앓으며 친구가 되었던 언니와 오빠들,
엄마 생신, 제 생일, 추석을 울면서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실시간 뉴스로 봤던 기억,
전 병동이 함께 모여 드라마 인어 아가씨 마지막 회를 봤던 일.
퇴원 후에는 따로 재활치료가 없어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해야 했어요.
10개월 가까이 걷지 않다가 다시 움직이려 하니 아픔에 눈물 콧물까지 쏟았어요.
아프더라도 운동을 꾸준히 했어야 했지만 너무 힘들어 쉽게 포기하곤 했죠.
만약 그때 재활치료라도 제대로 받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잘 걸을 수 있었을 거라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 저는 인공관절 재수술을 앞두고 있어요.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며, 문득 과거가 떠올라 이 글을 써보았어요.
힘들었던 그 시간을 돌아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번에도 꿋꿋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다독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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