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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일기

20년전 슬기로운 병원 생활 - 골육종 항암치료와 수술 1

by 루미드림 2025. 6. 30.

안녕하세요.

 

오늘은 병원 진료가 있어 다녀왔어요.


대학병원이라 주차 시간까지 감안해 예상 시간보다 두 배 여유 있게 출발했죠.


병원이 워낙 크다 보니 갈 때마다 길을 헤매기도 해요.

 

어릴 적 처음 가본 대학병원이 참 크게 느껴졌어요.


그땐 5층짜리 병원 건물도 다른 어떤 건물보다 웅장하게 보였죠.

 

 

 

 

처음 진료를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는 골육종 악성 암세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부모님은 눈물을 보이셨어요.


저는 중학교 2학년이었고, 암이나 병원 치료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렇게 정형외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장기 입원을 하고 계셨어요.

 

1차 항암치료가 시작되고 방사선 치료도 받았죠.

 

다리 혈관을 통해 얇은 튜브를 넣어 암 부위에 직접 약을 주입했어요.

(*정확한 치료 명칭은 기억나지 않아요.)

 

그 뒤로는 왼쪽 쇄골 밑에 주사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어요.

 

 

그 주사관은 피부 아래 쇄골 밑에 심어져 있었고 주사를 연결할 때마다 네 개의 주사침이 생살에 꽂혔죠.


그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살 속에 꽂히는 그 날카로운 통증은 늘 너무나 아팠고 그 아픔이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항암제는 이 주사관을 통해 링거로 천천히 투여되었어요.


3일 정도 투여한 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속이 메스꺼워 토할 때도 많았어요.

 

항암제를 다 맞고 나면 쇄골 아래 주사관은 제거하고 그 이후에는 2~3일에 한 번씩 손등이나 팔뚝에 정맥주사를 놓아야 했어요.


문제는 혈관이 점점 약해지고 터지기 시작하면서 한 군데를 오래 사용할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주사를 놓을 자리를 찾기 어려워질수록 고통도 커졌고 주사 바늘이 들어올 때마다 온몸이 긴장됐어요.

 

항암제를 맞고 나면 매일 아침 채혈을 했어요.


혈소판과 적혈구 수치를 통해 제 상태를 확인했죠.


입원한 3주 동안 그 수치는 꾸준히 떨어졌다가 천천히 다시 올라와야 했고 회복된 수치를 기준으로 퇴원이 결정됐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간호사 선생님께 제 수치를 묻는 일이었죠.

 

그 당시 병실에는 환자마다 밥솥이 구비되어 있었어요.


한 달 넘게 입원하는 환자에게 병원밥은 큰 부담이 되었죠.


많은 환자들이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기에 작은 배선실에서 코인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따로 음식을 해 먹기도 했어요.


저는 주로 밥 조금, 미역국, 그리고 고추참치를 기본으로 먹었어요.

 

그리고 나서 저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을 했어요.


조금의 냄새도, 기름기 있는 음식도, 어떤 맛도 다 견디기 힘들었죠.


입안에 뭐가 닿기만 해도 울렁거리고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생활이 매일 반복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1번째,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3주가 지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 길로 미용실에 가서 듬성듬성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완전히 밀었죠.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또 눈물을 흘리셨어요.

 

일주일간의 회복 기간을 가진 뒤 다시 입원했고 2번째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어요.


이번에는 코피를 자주 흘렸어요.

 

면역력이 더 약해진 상태라 부작용도 더 심해졌던 거죠.

 

결국 수혈을 맞게 되었어요.


한 팩을 다 맞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렸고 두 팩을 연달아 맞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기운이 쭉 빠진 채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죠.

 

예민해지고, 아이처럼 굴기도 했어요.

 

주말마다 아빠와 동생이 병문안을 오면 함께 놀다가도 돌아간다고 하면 “가지 마” 하며 엉엉 울기도 했어요.

 

 

 

3번째 항암치료도 마찬가지로 힘들었어요.


식사 때마다 “한 입만 더 먹자”는 엄마와 “못 먹겠어”라며 싸우는 일이 반복되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갔어요.

 

몸을 괴롭히는 아픔과 지침은 끝없이 이어지는 힘겨운 싸움 같았어요.


그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게 얼마나 버거웠는지 몰라요.

 

 

그리고 마침내 수술이 결정되었어요.

 

수술 전날, 주치의 선생님께서 무릎 위아래로 약 30센티미터의 뼈를 잘라내고 인공 관절과 철심을 삽입하는 수술이라는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 설명을 들은 뒤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당시 엄마는 단 한숨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제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고 해요.


고통스러워하는 제 모습이 얼마나 마음 아팠을지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수술 당일 아침에 수술실로 들어갔다가, 해가 저물 무렵 병실로 돌아왔어요.

 

 

20년전 슬기로운 병원 생활 - 골육종 항암치료와 수술 2로 이어져요~